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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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의 화해를 위해 추억을 꺼내는 법

용용아리 2024. 8. 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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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쉼이란 지친 일상 속에서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더위를 피해서 휴가들을 떠나는 시기이다. 자녀들이 어릴 때는 자식들 위주로 물놀이를 많이 다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들 자기의 인생을 찾아 가느라 부모와 함께하려 하지 않는다. 서운하지만 기특함에 인정해 주고 응원해 주려한다.


어른들만의 휴가를 떠나왔다. 그것도 어릴적 추억이 있는 고향으로  왔다. 설렘은 없지만 왠지 기대하게 된다. 그 섬에서 벗어난 것은 고등학교를 입학 하면서다. 너무 어렸을 때는 몰랐던 사실들이 점점 자라면서 도시에 대한 동경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엄마와 함께 목포에 가기 위해 남강 선착장 에서의 설렘의 기억과 그렇게 두 시간 여의 배를 타고 목포라는 도시에 내려서 처음 본 기차의 모습과 이모가 시장에서 사다준 통닭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아니 그동안 잊고 있었지만 다시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기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섬안에서가 전부라 여겼던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이제는 동경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벗어나고픈 섬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도심의 빌딩숲 속에서 헤매었던 지난 수십 년의 시간들이 이제는 추억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마저 드는 이유는 분명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뜻이리라. 아니 자랑하고 싶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동안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가끔씩 언급했던 출신에 대한 이야기 속에 등장했던 나의 고향을 나와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 된 이유는 도심 속에서 지친 사람들이 섬이라는 특수성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가상의 여행을 할 수 있었고 실제로 여행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함께한 것이다. 천사대교, 퍼플섬, 천사뮤지엄, 분재공원, 튤립축제 등등 인구의 감소로 인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가보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고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처가집 식구들과의 여름휴가를 나의 고향집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그렇게 서울에서 달려온 식구들과 함께 어릴 적 놀이터였던 장소들을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더위속에서 함께 보내기로 하였다. 그동안 특별할 것이 없기에 초대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지만 SNS등을 통하여 많이  알려진 이유로 이제는 자랑하고픈 마음마저 생겼던 것이다. 그동안 해년마다 서너 번씩 다녀왔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의미 없는 의무감의 방문이었다. 그동안의 나의 하찮다고 생각해서 숨기고 싶었던 어릴 적 추억들이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동경하는 놀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놀이터가 마땅치 않아서 집 앞의 갯벌을 놀이터 삼아 놀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갯벌체험이라는 이름으로 관광사업이 되었다.

 어릴적 갯벌의 추억을 처가 식구들과 함께하려 했지만 갯벌로 행하는 길도 없어지고 개발의 영향으로 높은 방파제가 설치되어 접근이 쉽지가 않아서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도시의 사람들이 즐겨하는 해수욕장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대체하고 현지가 아니고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민어회로 여행의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사소하지만 낯선 곳에서 낯선 대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만족하는 것 같았다.

 여행이라는 것은 평상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낮선곳에서의 경험을 통하여 다른 세상을 인정하고 자기의 삶을 재 정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케이블카를 타면서 흔들거림에 무서워하고, 낙지 초무침을 먹으면서 평상시에 접하지 못함에 음식을 사진 찍어 인스타에 올리고, 인적이 드문 지역민 만이 알고 있는 바닷가를 거닐면서 추억을 쌓는 것이 여행이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나의 추억 속에서 말이다.

참고로 나의 추억이 깃든 고향은 천사섬 신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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