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
희망을 캐다 본문
나는 지금껏 무엇을 해야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나의 열정은 들끓고 있다고 스스럼없이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것이 단지 직장 내에서의 승진을 의미했고 직장 내애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열정이었다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세상의 인심이라는 것이 아무리 열심히 살았다고 한들 과정보다는 결과에 의하여 결정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어야 했고 마지막까지 가식과 술수의 방법으로라도 버티는 자가 승리하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곳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열정을 키웠어야 했지만 과정에 집착하면서 언젠가는 나의 마음을 알아줄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꿈꾸는 희망을 주변에서 캐내어 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가족같이 오랜시간을 함께한 직원의 배신이 김밥집 사장님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겠지만 세상의 인심은 그 과정을 인정해 주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수업료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나 만큼이나 인생을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에게 충고할 사항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나 또한 마음의 교훈을 새기게 된 동기가 되기도 하였다. 하루도 밀리지 않고 열심히 임대료를 납부해 왔지만 오히려 장사가 잘 된다고 착각해서 임대료를 올리려고 하는 욕심 많은 할망구를 욕할 것이 아니라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모색해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여해 주었다. '그 러니까 그 방법이 무엇이냐고요 삼촌! 돈만 있으면 다른 가게자리를 알아보겠지만 그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닌 것 같고 어떡하면 좋을까 방법 좀 알아봐 줘요?
김밥집 사장님은 나를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스케치북으로 선택했다. 그래서 나는 선택당한만큼 결과를 도출해 내야 했다. 김밥집 사장님의 유일한 돌파구는 새로운 장소에서 확장된 사업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준비작업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자본의 문제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은행의 협조가 필요했다. 그 은행의 역할을 할 적임자로 내가 선택된 것이다. 서류에 의해서 인간의 점수가 매겨지는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자신의 서류를 인간적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어디에서부터 끌림이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장님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직장 내에서 나의 실적을 올리기 위함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의 뇌리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매달 지출되는 임대료에 상응하는 대출금액과 그 금액에 맞는 새로운 장소를 수배하다가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제까지나 남의 집 신세를 져야하는가에 대하여 상담을 거쳐 자체 건물을 짓기로 결정했다. 마침 적당한 위치에 적당한 크기의 부지가 나왔고 그것을 담보로 토지 매입을 완료하였다. 그러는 사이 일정금액을 성실하게 상환하면서 신용을 쌓고 추가 기성자금의 지원을 받아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가족 중에 건축관련자가 있어서 절차적인 부분은 쉽게 해결이 되었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고 드디어 4층짜리 김밥집 사장님의 건물을 완성하게 되었다. 건물을 짓기로 결정한 다음 기왕이면 온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그런 집을 설계하게 되었고 그 계획은 마침내 완성이 되었다. 물론 은행에 담보가 설정되어있기는 하지만 번듯한 자기 이름의 건물에서 가게를 열었고 가족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자부심은 김밥집 사장님의 탁월한 선택과 성실하게 살아온 그동안의 삶에 대한 보상이었다. 앞으로의 삶을 통하여 갚아야 할 빚은 있지만 마음만은 여유로울 것이다. 지금은 반찬집 사장님이 되었고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온 덕을 톡톡히 보고있는 중이다.
김밥집 사장님도 삶의 목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것 같다. 그저 신앙생활 열심히 하면서 정도를 걸어가다 보면 축복이 내려질 것이라는 믿음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를 만났고 나는 선택을 당한 것이다. 나의 삶이지만 계획하지 못한 곳에서 희망을 캐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엇을 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세상의 기준에 부합하면서 열심히 사는것도 쉽지만은 않다.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려는 의지도 좋지만은 주변 상황을 살피면서 살며시 자신을 내려놓을줄도 알아야 한다. 내 삶은 아니지만 잊지않고 매번 찾아주는 김밥집 사장님 같은 사람을 얻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하지만 나또한 도움을 받은것이 사실이다. 드러내 보이지 않고 가슴으로 응원하면서 오늘도 어딘가에서 나를 선택하기 위해 다가오는 희망을 기다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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