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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할 것인가? 선택당할 것인가?

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 2025. 4. 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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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리려고 하는 삶의 모습은 내가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선택을 받은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이 될 것이다. 나의 인생을 내가 선택해야 한다고 했지만 항상 올바른 선택을 위한 고민만 하다가 결국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깨순이 김밥'이라는 작은 간판이 달려있고 서너 평 되는 가게 안에는 주방과 홀로 나뉘어 있었지만 너무나 비좁아서 주방에서 내어주는 음식을 손님이 직접 가져가야 할 정도로 작은 가게였다. 오래된 아파트 상가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나름대로 동네 아이들의 맛집으로 사장님은 언제나 열심히 사는 모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직장에 취업하고 업무를 처음으로 맡은 구역이라 날마다 예금수납의 방문을 하는 곳에서 김밥집 사장닌과 인연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그 김밥집도 여느 가게들 처럼 통상적인 대화가 오가는 업무적인 관계 그 이상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렇지만 하루 이틀 반복된 만남 동안 업무 이야기 보다는 사는 이야기들이 섞이기 시작하고 그사이로 정이 흐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구역 내의 한 고객으로 기억하면서 순환근무 때문에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면서 김밥집 사장님은 새로운 구역의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일 년이나 이 년의 순환근무 주기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고 김밥집 사장님은 예전처럼 열심히 지내고 있었다. 예전의 어색함은 없어지고 삶의 냄새를 서로 풍기면서 가끔씩 나의 민생고를 해결하는 장소가 되어주기도 했다.  다른 관계하고 있는 모든 고객들에게 친절하고 도움을 주려고 나름의 긍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김밥집 사장님한테 만큼은 정도의 차이가 더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사이 김밥집은 김밥보다는 반찬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었고 상가지하에서 가족들이 반찬을 만들 수 있도록 가게를 하나 더 운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살아서 사업이 확장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장님한테는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었다.


평소 거절할 줄 모르고 상대방을 너무 잘 믿는 성격이라 내가 보기에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지만 일부러 내색하기까지는 아직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또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김밥집 사장님은 여전히 열심히만 살았고 나도 열심히 성장하여 지점장이 되었다. 내가 김밥집 사장님을 열심히 사는사람으로 보았듯 김밥집 사장님도 나를 착실하게 열심히 사는 삼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만나기까지 10여 년 이상의 인연의 끈을 이어오고 있었다. 날마다 은행업무를 보기 위해 내가 있는 사무실을 올 때면 항상 손에는 정을 한가득 가지고 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김밥집 사장님은 시간이 좀 있었는지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 왔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고충을 들어줄 수 있는 입장인가는 모르겠지만 그간의 안부와 사정에 관하여 들어보기로 하고 마주 앉았다.

그동안 십년이상을 장사를 하면서 직원을 믿고 나른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예상한 매출금액과 실제 금액이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고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니 믿었던 직원이 매출액을 빼돌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그 자료를 담은 usb와 빼돌린 금액을 일러주며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언니라서 아직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하면서 방법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물론 나한테서 어떠한 대답을 들으려고 하는 말은 아니었다. 가슴속의 답답함을 잠시 털어놓고자 했던 것이다. 나는 조용히 듣기만 하다가 뭐가 됐든 사장님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하시라고 하였다. 물론 사장님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오래된 아파트 상가이다 보니 시설들은 노후되어 있지만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에게 개보수를 해주기 보다는 월세나 보증금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경기가 나쁘지 않아서 웬만한 장소의 상가에는 세입자들이 찾고 있었다. 김밥집 사장님은 집주인을 욕심 많은 할망구라고 불렀다. 그나마 장사가 조금 되다 보니 월세를 올리려고  기회만 보고 있다고 한다. 그리 싸지 않는 임대료가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이만한 장소를 찾아 옮기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반지하는 가게라기보다는 창고 수준의 빈약한 장소였지만 임대료는 결코 싸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 것은 방법을 찾아 달라는 뜻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은 조건을 갖춰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임무이고 내가 속한 조직에 이득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나의 선택에 의해서 나타난 결과인지, 아니면 누군가로 부터 선택을 당한 것의 결과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선택을 했든, 선택을 당했든, 사는 모습으로 그려낼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김밥짐 사장님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을 해야 한다. 사장님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사장님의 인생여정을 홀갑게 해주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는 모르지만 선택을 당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의 고민을 내가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사는 모습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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