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
세컨드 라이프 백일상 본문
그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지내는 시간이 벌써 100일이 넘어갔다. 지난 과거의 삶보다는 다른 삶을 살아보겠노라 다짐했지만 반복된 일상들이 지난 시절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느껴진다. 다만 경제적 안락의자가 아니라 도서관의 딱딱한 깡통의자만 바뀌었들 뿐이다. 새롭게 태어난 인생을 자축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거창하지는 않지만 100일 상을 차려 보았다.
자그마한 케이크는 없었을지라도 생명의 탄생과 100일 동안이나 버텨온 노고를 치하하는 상차림을 나도 받았을 것이고 이어서 돌잔치도 했을 것이다. 나는 그때 당시의 사진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럴 거였다는 상상을 해본다. 부모님을 통해서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말이다.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이 태어나고 왜 100일째 되는 날 상차림을 했을까? 에 대하여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못살던 시절에 의학도 발달하지 못하여 인간이 태어나도 그 생명을 이어 가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라 100일 동안 살아 냈으면 이젠 안심해도 되겠다는 의미에서 자축을 했던 것이다. 내가 잘 못 이해하고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굳이 부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7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의 실제 나이와 신분증상의 나이가 틀리는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로 태어나서 1~2년 정도 기다렸다가 출생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렵게 세상 속으로 나와서 용케도 버티어 내고 지금 여기까지 살아온 우리는 스스로에 세 성공의 잔치상을 수여해야 한다.
'인생시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삶을 시계에 비유하여 표현한 인생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너무나 익숙하다. 아니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우리 마음 속에 자리 잡은 지 오래된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이 있으면서도 우리는 이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염려는 하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도 그중 한 사람 이기도 하다. 인생시계에 의하며 하루 24시간을 나이로 나누어 표현한 것인데 24시를 100세라고 했을 때 50세를 12시로 보면 된다. 그러니 54세인 나는 12시 30분쯤 되는 시간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지금의 내가 처한 상항이 오묘하게도 설명이 되는 듯하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점심을 먹고 있든가 아니면 담배와 커피를 마시고 있든가! 그것도 아니면 오전업무를 마저 처리하려고 서두르고 있든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간은 한 템포 쉬어가면서 여유를 잦을 수 있는 긴장감을 내려놓는 시간임에 틀림없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사무실 밖에 나가 하늘을 쳐다보면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다. 하지만 최고의 순간이면서 최고의 방심의 순간도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인생을 살면서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를 배웠고 정답이 있으면 오답이 있고 행복이 있으면 불앵이 있듯이 우리는 살면서 모든 현상에는 반대급주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채 살아왔다. 배부르게 배를 채우고 커피잔을 들고 따스한 햇살과 함께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이에 반하는 우리를 위협하는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이다. 오전 일과를 마친 우리는 '뇌'는 가동을 잠시 멈추고 오후에도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기름치고 닦아줘야 하는데 반복된 익숙함으로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잘 돌아가겠지! 하고 방심하고 있을 때 사건은 발생하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긴장의 끈을 풀어버리는 것이 우리들 아니 나의 현재 모습일 것이다. 그렇게 나의 27년의 직장생활은 마감되었다.
직장에서의 책임감있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그 책임감의 무게를 무겁게 여기지 못하고 조직의 이익만을 위한다는 어쭙잖은 사명감으로 펼친 정책을 위한 결정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에 따른 오해의 소지가 발생하게 되었고 아직 일어나지 않는 결과이지만 예측될 수 있는 사건 때문에 나는 장기간의 휴가를 얻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이 없어진 나는 정말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을 연출해야 했고 삶에 대한 심오한 철학자가 되어서 알 수 없는 질문들을 쏟아 내고 있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닌데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갈 건가? 그다음은 어떻게 살아 갈건가!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 혼자서 자문하면서 해답 없는 시간들로 인생시계를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선택을 해야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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