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

사월칠일 본문

세컨드라이프의 희망여행

사월칠일

용용아리 2024. 4. 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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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년은 삼백육십오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월오일은 그중에 하루이다.  많은 날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하루쯤 그냥 허투루 보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나도 해당되는지 생각해 하루하본다. 하루가 모여서 일 년을 만들고 그 일 년들이 모여서 우리의 인생을 만들었다. 오늘 보낸 하루는 나의 인생 한쪽을 투자한 것이다. 그렇게 오십 년 하고도 오 년을 더 투자하고 있지만 지나온 날에 대한 반성을 이제야 하고 있다. 투자는 하고 있지만 결과물 없는 투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데로 그런 의미가 있다는 노래 가사처럼 되돌아오지 않을 시간에 대한 후회보다는 앞으로의 나날들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이다. 그랬을 때 남겨진 의미는 짙어질 것이다. 사 윌 칠일이라는 숫자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별로 없다. 그저 하루를 또 보냈구나의 카운터에 지나지 않다. 그렇게 지나간 나날들이지만 지나온 발자취가 오늘을 만들었고 또 내일을 만들어 갈 것이다. 무의미한 것 같지만 의미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나의 존재가치가 당장에 보이지는 않을지 몰라도 지나온 자국에 남아서 나를 인도하고 있다. 그래서 사 윌 칠일 오늘도 의미가 있었다 는 것이다. 열심히 지냈고 생각을 많이 했고 그 생각을 말로 내뱉었으며 이렇게 또 하루를 기록하고 있다.

꽃구경가는날

퇴근길 버스 안이 휑하다. 조금 늦은 퇴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피곤한 기색의 표정이지만 오늘 하루를 마음속에 기록하며 쉼터로 향하고 있다. 반복된 일상 같지만 매일매일이 다르다. 느껴지는 감성이 다르고 기록된 색감도 다르다. 채워지는 도화지는 저마다의 물감을 받이 들여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그려지는 정체가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아무리 낯선 색칠을 하고 의미 없는 붓칠이지만 추상화를 그린다 한들 부연되는 설명서는 그림의 값어치를 높여줄 것이다. 하여 하찮은 인생은 없다. 스스로의 존재감에 자신감을 불어넣자. 어느새 수첩의 기록들이 수북이 쌓여가고 있다. 지나온 것에 대한 기록만으로 넘치는 수첩이 한 권뿐이 아님을 기억하라. 찢긴 달력이 부침개 받침으로 마지막까지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기억하라.

꽃은 피었으나 보지 못했네!

벗꽃이 벌써 피었구나! 를 느끼기도 전에 떨어지고 있는 꽃잎을 보고 있다. 아침에 보았던 나무에 꽃망울이 올라오는 것을 들키더니 그새 꽃잎을 활짝 피웠다. 하루를 얼마나 열심히 살았으면 하루 만에 이런 기적을 만들었을까? 자연의 섭리에 따라 날씨와 햇빛의 도움이 있었겠지만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뿌리에 양분을 공급해 준 덕분이다. 꽃잎을 세상에 내보내야 잎사귀를 생성하고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할 수 있다. 일 년의 시간 동안 수행해야 할 과정이 인생이다. 단계별로 보이는 결과가 안 보인다고 하여 시간을 멈추고 점검할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발자국은 당신이 눈밭을 걷지 않았음이 아니다. 오늘도 걸었기에 여기에 있는 것이고 뛰었기에 자국이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 희미한 불빛은 옆에서 달리는 택시를빛나게 해준다. 함께라는 안마기가 목덜미의 피로를 풀어주고 먼저라는 정거장은 나의 자리를 알려준다. 누르는 벨은 기사님의 안전을 기원하고 버스안 빈자리는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온 당신의 안락의자로 안내한다.

나는 제 자리에 있는데 세상이 변화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며 항상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지만 나보다 앞서가는 녀석들을 시기하지 않음을 탓해본다. 사방에서 경쟁하듯 퍼트리는 꽃봉오리가 색깔의 농도를 짙게 하려는 몸부림을 하고 있다. 복숭아꽃이 벚꽃을 시기하고, 진달래의 분홍빛이 개나리의 노랑을 지투 하며 세상이 꽃천지를 이룬다. 한 해가 시작되었다고 떠들고 새로운 계획을 세운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그랬단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봄이 왔으니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만의 새로움을 시작하려 한다. 1월 1일은 해가 바뀐 새로운 시작이고 2월 10일 음력으로 새로운 시작이었다. 3월 2일은 개학으로 새로운 시작이고 4월 7일은 봄이 되어 꽃이 피었으니 새로운 시작이었다. 앞으로도 새로운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씨앗을 뿌리고 열심히 싹을 틔우기 위해 달리고 있지만 자꾸만 생기는 새로운은 아직도 준비 중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모판에 뿌려놓은 씨앗의 발육이 주변 여건 때문에 뿌리를 내리 못하고 있다고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그냥 보낸 하루가 아님을 상기 시키면서 버스 안에서 주절거렸던 것을 정리해 본다.

당신의 하루는  어떠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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