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

냉장고에 있는 두부가 아직 유통기한이 남았음을 인지시켜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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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있는 두부가 아직 유통기한이 남았음을 인지시켜라.

용용아리 2024. 5. 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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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의미의 말을 빌리자면 당장 닥치지 않은 걱정 때문에 지금을 허비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현실은 철학적이 아니다.  내일을 걱정하면서 다가올 문제에 대하여 대비책을 세우느라 지금 이 순간도 여념이 없다. 그렇게 자기 관리를 위하여 에너지를 소비하고 오늘의 연료를 내일의 걱정에  쏟고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 있는 괴리는 현실을 초월할 수 없다.

냉장고 안에 두부가 있는지는 알고 장을 보라

  오늘만 사는 것이라면,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철학에서는 하고 있다. 그만큼 지금에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인 줄은 알겠지만 마음속에 남아있는 내일은 그 자리를 비켜주지 않으려 한다.  마인드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유지하기가 현실을 무시한 입바른 소리로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오늘은 우리가 그렇게 원하던 어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오늘은 또 내일의 발판이 되어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어찌 걱정과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가? 자신을 탓할 수도 없다. 세상을 탓할 수도 없다. 닥치는 대로 순간순간만 모면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만 할 수도 없다.  눈앞에 닥친 것도 처리하기가 벅찬 시대에 살고 있지만 내일을 걱정하는 것이 주제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도 살아야 한다. 그렇게 쌓아온 오늘이다. 철학사상 속에서 세상을 초월한 삶을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계획된 삶을 살아가라고 하지만 계획은 현실에 굴복당한 지 오래다.

  오늘로써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오늘의 당면한 문제가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날려 버리는 줄 알았지만, 그래서 내일의 나는 없을 줄 알았지만, 지금 나는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현장에서 공급해야 하는 장비들이 내일로부터 빌려오는 것이라면 오늘의 외상은 심각하게 고려할 대상인 것이다. 지금 당신이 집어든 과자봉지가 내일을 빌리는 대가라고 한다면 과자봉지를 과감히 집지는 못할 것이다. 유통기한을 살펴볼 것이고 가격을 살펴볼 것이다. 반성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당신이 지금까지 아무 계산 없이 카트에 담았던 과자와 우유의 가격이 계산대에서 찍히는 모습을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구매한 두부가 엊그제 쇼핑에서 구매한 채로 냉장고에 방치되어 있다면 오늘은 두부를 사지 말았어야 한다.

 우리의 인생이 위와 같은 두부의 운명을 타고난 것이라 생각된다. 이미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자부심과 용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잊혀 가지만 우리는 그것이 싱싱한 냉장고에 있는 줄 모른다. 계획된 삶을 살아가 보고자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도 잊어버린다. 당신의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 내일 아침에 무슨 반찬을 준비할 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부족한 것보단 넘치는 것이 낫다는 개똥철학을 순종하고 만다. 오늘도 하루를 살아 내느라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면서 수고의 대가를 치르느라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정체성 없이 남의 시간을 빌리오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당장 당신 앞에 있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전가하기 위하여 술수를 부리고 있는 모습을 자각해야 한다. 당장의 것을 해결하기도 벅찬시대를 살아가는라 애쓰는 것에 대하여 위로와 격려를 바라지 마라. 당연함을 넘어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유통기한,소비기한은 중요치 않다

아직 오늘이 끝나지 않았다

  벗어나고 싶고 ,누리고 싶고, 흐트러지고 싶은 것이 인간의 기본 본능이다. 하기 싫고, 게으르고 싶고, 늘어지고 싶지만 참고 견디는 이유는 타인의 시선과 허락되지 않는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싶은 오늘 이었지만 지금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음이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당장의 것을 처리하느라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정신이다. 아무리 챙긴다 하더라도 혼돈 속에 물드는 것이 정신이다. 무리 속에서도 빛날 수 있게 에너지를 부여하고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은근한 집게로 성숙된 정신을 끄집어낼 수 있는 부지깽이를 준비하는 것이다. 만사를 제치고 당장의 것을 처리하라고 하지만  내일을 걱정하는 찌꺼기는 남겨야 한다. 오히려 내일을 준비하지 않고 오늘만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람을 조롱해야 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내일을 포기하려고 하지만 아직 오늘이 끝나지 않았다. 시간적인 개념이 아니라 오늘 당신에게 기대한 이념을 얼마나 감당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아직 받지 못했다. 자신의 거만함으로 평가를 예상해 버리고 내일에 대한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모습이 비단 타인의 모습만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벅차지만 헤쳐 나갔을 때의 쾌감을 상상하자. 집 나간 자식이 애를 낳아서 돌아왔다고 생각하자. 당신이 체면 때문에 하지 못했던 성과를 내면의 자아가 이루어 준다고 최면에 걸려보는 것이다. 그렇게 긍정적인 결과를 예측하고 그럴 거라는 최면에 휩싸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철학자들만이 하는 소리가 아닌 우리의 내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술을 핑계로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지만 내면의 자아에게 내일을 불러다 주는 것이다. 오늘이 벅찬 이유는 내일이 맑기 위함임을 이 밤이 새기 전에 알려주어야 한다. 지치지 않을 인내와 자신의 내면을 사랑하는 부심이 내일 이 시간에 또 다른 힘으로 자판을 두드리게 할 것이다.

 앞만보고 가기도 벅찬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라고 해서 고난과 힘듦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은 지금보다 더 힘들고 고난의 시대를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이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다. 하고자 하면 방법을 찾을 것이고 하지 못할 것 같으면 핑계를 찾을 것이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지만 우리의 삶 속에 녹아있는 핑계를 인정하자. 술 한잔 먹어야 할 수 있는 말은 덮어두자. 어쩌면 절제도 미덕이 될 수 있다. 당장의 것을 헤쳐가지도 못하고 술기운을 빌린다면 의지의 박약이 탄로 날 수 있다. 누구를 속박할 필요도 없고 누구를 조종할 필요도 없다. 지금 당신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찬 시대에 살고 있음을 술 한잔 먹고 토로하고 있을 뿐이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수정버튼을 누르고 정정의 확인을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오타도, 띄어쓰기도, 문맥도, 따지지 말고 업로드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당장의 것만 보고 가는 것도 벅찬시대에 살고 있음을 반항해 보자. 

  당신의 냉장고 안의 두부는 아직 유통기한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라. 그렇게 내일 아침 북어국의 재료로 쓰임이 있다는 사실에 이 밤도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다. 벅차지만 우리에겐 남아있는 유통기한이 있음에 힘을 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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