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
협상의기술 본문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관계들이 인간적인 동질감으로만 맺어지지 않았음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이익을 계산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시키기 위한 수작을 부리는 작업의 연속이 관계이다. 그런 삶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루었고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하여 도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세상은 언제나 내편은 아니다. 하고자 했던 것들이 계획대로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관계하고 있는 상대방도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 우리는 한정된 세상이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상호 의존적인 협상이라는 게임을 만들어 서로를 정복하려 하고 있다.
타협이란 서로 다른 의견이나 이해관계나 자신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욕구를 조금씩 양보하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협의점을 찾는 과정을 말한다. 이것은 서로의 갈등을 해소하고 서로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사회적 절차이기도 하다.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현명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협상의 근본적인 목적은 윈윈 하는 것이다. 조금은 부족하지만 최대한의 효과를 낸 것이기 때문에 서로가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협상이라고 하여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하면서 서로의 것을 조금씩 양보하고 합의하면 되는 간단한 전략이 아니다. 내 것을 충분히 챙기면서도 상대방에게 배려했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는 타협이 되어야 한다. 옷 가게에서 가격 흥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높은 가격을 책정해 놓고 할인해 주는 술수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걸 알면서도 자기가 협상에서 이긴줄로 평가한다. 우리 인생이 걸린 협상의 테이블이라면 우리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살아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서 절체절명의 심정이지만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인그룹은 전체적으로 11조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부채이기에 임원진에서는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여야 한다고 한다. 누구나 다 상상하듯이 그룹에서 가장 실적이 저조한 분야가 어디인가를 파악하게 되고 그에 해당하는 계열사 사장은 노발대발하면서 궁색한 사회적 현상을 핑계로 살아남기 이한 발버둥을 친다. 드라마의 이야기 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기조로 극본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회장이라면 어떠한 결정을 내릴 것인가를 생각해 볼 것이다.
그렇게 매각에 대한 결정이 나고 어느 계열사를 매각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만 남았다. 산인 그룹은 건설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고 이 건설사가 그룹전체를 먹여 살린다고 할 수 있는 회사이다. 자신 있게 다른 계열사를 호통치며 매각에 동의하라고 한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를 가지고 등장하는 윤팀장의 발표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제일 날 나가는 건설사를 매각하기로 한다. 지금 그룹이 최악의 상태는 아니기에 더 악화되기 전에 재무개선을 위한 매각이라는 점에서 최고의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일 잘 나가는 건설사를 매각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다. 회장님이 설립한 가장 아끼는 회사이지만 그룹을 위하여 최고의 가격 10조를 받아내는 조건으로 허락한다.
사실 6조의 가치가 있지만 그룹에서 제일 잘 나가고 있고 현재 재건축 개발을 성황리에 하고 있어서 7조 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입찰이 시작되고 개봉한 입찰봉투에는 7조 9천9천9백9십9억 원이 적힌 담비건설에 낙찰이 된다. 본 계약을 하기에 앞서 협상의 진가가 발휘되는 장면이 시작된다.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담비 건설사는 애초부터 그 가격을 다 주지 않으려는 속셈을 드러낸다. 재건축에 필요한 주민동의서 확보에 대한 리스크를 감안해 5천3백억의 할인을 요구한다. 윤팀장은 알겠다고 하면서 추가 제안을 한다. 본 계약 때까지 동의율을 채우지 못하면 할인을 해 주겠지만 반대로 동의율을 확보하면 할인 금액만큼 성과보수로 추가해 줄 수 있냐고 반문한다. 이미 사전 조사를 통하여 동의서 받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담비건설 회장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알겠다고 승낙한다. 그리고 다음날 동의율을 확보하게 된다.
7조 9천9백9십9억 원에 5천3백억을 더한 8조 5천억 원에 계약을 하게 된다. 299억 원은 마지막 동의서를 써준 할머니에게 할아버지 묘 이전 비용과 유산으로 지불하면서 아름다운 기업인수합병의 뉴스를 만들어 내는 비용으로 사용된다.
바보상자에서 펼쳐지는 드라마 속 이야기이지만 협상이라는 진실에 대하여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실적이 가장 저조한 회사를 매각하려 들겠지만 윤팀장은 그러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협상의 자리에서 분명히 할인을 요구해 올 것을 짐작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놓고 오히려 더 많은 금액으로 계약을 하게 된 장면에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 같았다. 서로의 이익을 위하고 상호 윈윈을 위한다고 하면서 서로의 입장만을 고집했다면 할인을 해주지 않고서는 협상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무조건적인 전진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뒤를 돌아보고 전진을 위한 교두보를 설치해야 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각하는 회사는 더 높은 가격에 팔았고 매수 회사는 가장 리스크인 동의서 확보로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할수 있게 되었다. 결코 매수 회사가 손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 협상의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협상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순리적이지만 협상을 해야만 한다면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 그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갖추는 것이 현명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가장 열악한 것을 내어주기보다는 가장 우수한 것을 내어주면서 제값이상을 받아낼 수 있는 전략. 협상의 물꼬를 파악하고 그곳을 막아줌으로써 제값이상을 부를 수 있는 전략이 우리가 바라는 협상의 기술이다.
2조 5천억 원이 모자라지만 이번에는 매각보다는 인수를 계획하는 윤팀장의 횡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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