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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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늦은 여섯 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집을 나섰다. 어쩌다 잠을 설치거나 할 때면 새벽에 깨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럴 때도 침대에서 나오지는 않았었다. 아직 눈꺼풀은 무겁고 온몸은 찌뿌둥하고 정신은 몽롱하지만 집을 나섰다. 해마다 이맘때면 매실청을 담기 위해 도깨비 시장을 이용하곤 했다. 그날이 오늘 이었던 것이다. 도깨비 시장은 새벽에 잠깐 열렸다 끝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몇 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침 여섯 시에 바라본 시장의 모습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생동감 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시장의 모습이 별반 다를 것은 없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대명사로 시장 사람들을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 뿐만 아니라 그 시간에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는 세상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 생활 속에는 지켜야 하는 법과 원칙이 있다. 사회의 건전한 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삶에 대한 제약을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기준이 외형적인 부분에서만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소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경쟁사회에서 상대방의 것을 빼앗거나 상대방보다 먼저 선점을 하기 위해서 행해지는 과정상의 오류는 분명 내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외형적인 모습으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는 잘못은 5이지만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의도는 10이라고 하더라도 책임은 5로 평가된다. 반대로 보이는 잘못이 10 이라고 하더라도 마음속 의도는 0이었다 하더라도 책임은 10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법조문의 해석에 대하여 논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위하여 지켜야 하는 법과 원칙의 잣대 이면에 전후사정과 의도에 대한 판단도 함께 평가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헤스터 프린이 저지른 간통죄는 17세기 뉴잉글랜드 청교도적인 도덕규범이 적용되어 엄하게 다루었다. 결혼은 했지만 사랑 없는 결혼이었고 그나마도 남편 로저 칠링워스 자신의 이상을 찾아 집을 나간 지 오래되고 심지어 행방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 후 헤스터는 딤즈데일 목사와 사랑에 빠져 딸을 낳게 된다. 이런 사실로 간통죄로 재판을 받게 되고 그 형벌로 가슴에 A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평생을 살게 된다. 목사라는 사회적 신분과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죄를 밝히지 못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사는 딤즈데일 목사는 자신의 죄를 드러내지 못하고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기며 살아간다. 세상사람들의 조롱을 받으면서도 딸을 기르면서 자신보다 처지가 안 좋은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하면서 살아가는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목사는 자신의 신분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괴로운 나날들을 보낸다. 결국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을 가기로 하지만 전 남편의 방해도 있었지만 목사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자신의 죄책감을 내려놓기로 하면서 죽음으로써 이야기는 끝이 난다.
너 새니얼 호손이 "주홍글씨"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그 적용잣대가 너무나 도덕적 규범이나 윤리적에 치중되어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 세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예의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겸손의 미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의 전통에 따라 아직도 도덕적 윤리적 가치를 중요시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교와 청교도 사상은 도덕적 수양을 통하여 건전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였던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세상사람 모두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가치에 따라 살아간다면 판단해야 할 법과 원칙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도덕과 윤리가 보이는 가치가 아니라고 하더라고 법과 원칙의 평가기준에 적용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상참작이란 말로 다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가치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주홍글씨 A(Adultery)는 죄를 표시하고 수치스러움을 상징하는 것이다. 가슴에 주홍글씨를 달고 평생을 속죄하면서 세상의 조롱을 견디라는 형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스터는 자신보다는 주변을 보살피며 살았다. 그래서 주홍글씨 A(Angel)는 세상사람들 위에 빛나는 천사의 상징이 되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자신의 가슴에 천사표 주홍글씨를 새기기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에 자신을 독보이게 만들기 위한 표식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줌크기의 종이조각에 한 줄이라도 더 채워서 자신을 알리려는 노력과 진실을 보여주는 것보다 가식의 가면을 만드는 노력 등은 자신을 나타내는 표식을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가슴에 수치표 주홍글씨를 새겨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내가 독보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모든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 무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 하면서도 그 속에서 드러나 보이려 하는 것일까?
우리가 새기려고 하는 주홍글씨는 수치스러움이 아니라 천사를 상징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동안 기피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주홍글씨를 달고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그 주홍글씨는 다름 아닌 우리가 달아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죄를 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비난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문화, 장애인, 혐오환자등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은 반밖에 안된다. 마음속을 헤아일 수 있어야 한다.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지나치게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가치 때문에 스스로를 가두기보다는 회개하고 고백함으로써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자. 회개를 바짝 따라다니는 비겁이 고백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딤즈데일 목사의 하소연이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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