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

자기 계발의 숲속에 들어오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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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의 숲속에 들어오다.

용용아리 2024. 5. 20.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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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근처 도서관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5월의 화창한 날씨가 세상을 유혹하는 푸르름과 태양빛이 서로 어울려 강렬한 춤을 추고 있는 사이를 비집고 기어이 내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지난 세월 동안 간간이 나의 삶과 함께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준다는 미명아래 어쩔 수 없이 따라와서 달려 다니는 아이들을 단속하기에 바빴던 장소다. 직장 생활시절 자격증이나 승진고시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잠시 들렀던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도서관이라고 하는 곳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만 들르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었던 공간이었다.

언제나 나의 자리를 내어 주는 도서관
  갑작스런 경력 전환의 순간을 맞이하고 찾아온 곳도 바로 이 도서관이다. 방황하는 나를 잡아주는 책들이 있었고 나와 같은 공통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공간이었다. 세상에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학습의 공간이고, 자기 관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공감의 장소였다. 아무 준비 없이 그저 시간을 벌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들른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깨우침을 받고 바로 시작한 것이 블로그 포스팅이었다. 책을 읽고, 그 책의 내용에 대하여 블로그에 요점 정리하는 식의 글을 약간의 생각을 더하여 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블로그 포스팅은 책을 읽어야 올릴 수 있는 것이었기에 책을 읽었고, 책을 읽었기에 그 내용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어떠한 계획이 없었다. 당장에 할일이 없어진 것에 대체 할 방법이 없었기에 시작된 것이었다. 미래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나 구상도 없이 도서관으로 나서는 발걸음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과정과 함께 병행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도서관에서의 몇 개월은 앞으로 나의 인생에서의 중요한 자기 계발의 숲으로 자리하게 될 장소가 되었다. 그런 의미가 있는 장소에 오랜만에 찾아와 한쪽 구석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고르는 어린이실은 시끌벅적하다. 여기저기서 엄마 아빠를 부르는 소리와 도서관 에서의 행동요령을 알기나 하는듯  뛰어다는 아이들도 언젠가는 이 장소를 오랫동안 기억을 하게 될 것이다. 수만 권의 책이 비치되어 있는 공간에서는 각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느라 조용한 발걸음이 계속된다. 학습의 책장을 넘기는 사람, 소설책을 읽고 간간이 미소를 짓는 사람, 읽고 싶은 책이 어디에 있나 안내 데스크 컴퓨터를 계속 검색하는 사람들, 늦게 와서 빈자리를 찾아 어슬렁 대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지만 모두가 조용한 가운데 일사불란하게 펼쳐지고 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공부하고 있는 사람(취업준비생인듯), 나처럼 오랜만에 감성을 불러내 보고자 들른 사람, 저번주에 빌려갔던 책을 반납하러 온 사람,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여 시원한 곳을 찾아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까지도 포용해 주고 있는 공간이다. 각자 마다의 생각으로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여기서 이뤄지는 모든 모습은 결국 자기 계발의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뭔지 모를 기운이 가슴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든다. 도서관이라고 하는 장소가 주는 이미지는 자기 관리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곳이다. 말하지 않아도, 규제하지 않아도 모두가 인정하고 따르는 법칙이 존재하는 곳, 현실의 고단함을 끊어내기 위한 몸부림을 온몸으로 받아주는 곳, 거칠고 빽빽한 학습의 증거를 말없이 간직해 주고, 미래의 등대가 되어주는 곳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자기 계발의 숲속에서 먹는 김밥
  눈앞에 수만권의 책을 보면서 글을 쓰고 있자니 과연 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단순히 종이나 기타 종이와 비슷한 재질의 재료로 만들어진 인쇄물이고, 문자나 그림을 담고 있다는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 빈약하다. 책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기록매체라고 한다. 책이라는 것이 탄생하기 이전에 문자라는 것이 발명이 되었을 것이고 바위나 동굴에 기록했던 자기들만의 기록을 종이라는 책을 통하여 기록해 왔던 것이다. 이후 소설이나 시, 역사나 과학의 내용을 기록하여 후세들에게 남겨주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을 해 왔다. 그래서 책들 간의 서로 다른 내용에 따라 다른 형식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책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사실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고 서로 공유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문학 작품과 학술지등 전문분야의 책부터 개인의 감정과 사상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낸 수필집등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초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책이라고 하여 정해진 사람이나 학식 있는 사람만이 집필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는 것도 책이 될 수 있다. 내가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것을 책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책이라는 것의 개념을  너무 학문적인 분야로 거리감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그 시작은 바로 이곳 도서관에서 이다. 

 기술을 배우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취미생활을 하는것도 모두 다 자기 계발의 과정이 될 수 있다. 굳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만이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그 시작은 자신의 열정과 의지에서 나오고 그 씨앗의 고운 흙은 도서관이 아닐까 싶다. 날마다 쌓여가는 시간이 들어오는 곳, 새로운 사상과 감정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의지의 씨앗을 틔워보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있는 공간이지만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잠시 내려놓을라 치면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주는 곳, 나는 오늘 이 숲에서 돗자리를 깔고 맛있는 김밥을 먹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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