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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용용아리 2025. 3. 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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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뜻 보아도 양반집 아녀자의 풍미가 넘치는 한 아낙네가 전당포 앞에서 흥정을 하고 있다.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가지고 있던 옥비녀를 저당 잡힐 모양이지만 흥정이 쉽지 않아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서른 냥은 족히 받을 수 있는 옥비녀를 전당포 주인은 단 열 냥에 매수하려고 한다. 아무리 애걸을 해 보지만 전당포 주인은 소박맞은 여자의 것을 누가 사려고 들지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값을 치르려 하지 않고 으름장만 놓고 있다. 이때 지나가는 한 젊은 처자가 전당포 주인에게 따지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소리치면서 옥비녀를 뺏어 들고 주위 사람들에게 소리치며 이 옥비녀를 가질 사람 손들어 보세요. 하니까 주변사람들 모두 다 손을 들고 소리친다. 이번에는 그 옥비녀를 땅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밟아 더럽혀지게 만든 다음 이래도 가질 사람 있나요 하니까 이번에도 전부다 손을 들며 자기를 달라고 아우성친다. 그러자 그 처자는 이 모습을 전당포 주인에게 보여주면서 옥비녀의 가치는 깨끗하거나 더럽거나 상관없이 옥비녀로써의 가치가 있는 물건인데 이것을 소박맞은 여자의 것이든 어느 양반집 자제의 것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옥비녀의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한다. 조용히 이를 지켜보전 대감집 마님이 다가가서 서른 냥에 내가 사겠다고 하자 전당포 주인은 서른다섯 냥에 자기가 사겠다고 하며 얼른 낚아채면서 서른다섯 냥을 옥비녀 주인의 손에 들려준다. 

과거 전통적인 유교 사회에서 여성이 결혼 생활을 잘 못하면 쫒겨날 수 있었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비롯된 한 여인에서 비롯된 웃픈 상황이다. 오늘날의 가치관과는 거리가 있지만 당시 사회의 윤리적 기준에는 정당화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당시 사회 문화는 결혼 생활에서 쫓겨나는 것이 커다란 죄가 되었고 사회적 시선도 냉랭하기만 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들이 가로막고 있었던것이다. 소박맞은 여자가 지니고 있다고 하여 가치가 떨어지고 양반이 가지고 있다고 하여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옥비녀는 그 자체로써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사회적 문화는 가족의 질서를 유지하고 대를 잇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기 때문에 그에 반하는 행동에 대하여는 용서가 되지 않았고 심지어 가족까지도 외면을 하였다.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집의 귀신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던 유교 문화의 가치관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는 어르신도 있다는 사실이 올바른 전통문화 계승의 중요함을 느끼게 한다.
가치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신념 또는 기준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러한 가치는 우리의 행동이나 선택, 그리고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된다.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고 사회 전체가 중요하게 여기는 공통의 가치가 있을 것이며 문화적으로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가치의 기준을 한곳에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 가치만을 고집한다면 지극히 개인주의가 팽배해질 것이고 사회적 가치만을 따른다면 자신의 가치를 형성하지 못할 것이다. 여러 방면에서 조화로운 가치창출을 위하여 상호존중의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금반지가 내 손가락에 끼어 있어야 금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금은방에 조명을 받고 전시되어 있는 금이나 진흙탕 속에서 잠들어있는 금이나 그 가치는 똑같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이용하여 가치를 높여주는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우리의 역할이다. 가치에 가치를 더해주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자기 계발이다. 
현실의 구렁텅이 속에서 뒹구느라 녹슬어 있는 구리를 닦아 광을 내야한다. 녹 속에 숨어있는 구리의 가치는 변함이 없으나 광을 내고 있는 구리의 모습은 가치 이상의 가치가 투영된다. 지금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가치관을 꺼내고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지난 과거에 형성한 가치가 변함이 없다고 말하지만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았음을 반성해야 한다. 내가 가진 가치는 고귀하지만 남이 가진 가치는 사회적 편향에 따라 저울질하는 우리의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칠거지악(七去之惡)'의 규범만을 강조하며 다그쳤던 세인들이지만 거기에 들어있는 참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가정에 충실하고 가족을 위해 올바른 결혼생활을 하는 것이 나라를 발전시키는 근간이 된다는 것이다. 단지 여성에게만 국한된 점은 잘못되었지만 '삼불거(三不去)'의 규범과 함께 인식하고 서로가 존중하면서 살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가지고 가치를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그 내면에 숨어있는 참뜻을 헤아려 위로와 격려를 베푸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며 당연히 개인적 가치도 향상된다. 공동체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법과 원칙이 있어야 하지만 에외 사항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헤아릴 수 혜안을 간직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불효하고 외도하고 도둑질하는 것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지만 애를 못 낳고 질병에 걸리는 것이 어찌 쫓겨날 일인가?  삼불거의 규범이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정한 가치관과 세상이 정하는 가치관 사이에서 조화로움을 발휘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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