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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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책과 미니수첩

용용아리 2025. 2. 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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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보면 그리 오래전 기억도 아니다. 먼 길을 나서거나 낯선 곳을 가게 되는 경우 자동차점검보다 먼저 챙기는 것이 지도책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교과서 부록으로 제공하였던 사회과 부도는 새로움에 대한 동경의 원천이 되어주곤 하였다. 새로 나온 지도책을 보면서 가고 싶은 곳에 빨간색을 칠하고 가는 길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여 보면서 가보지 못한 곳, 그래서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한 동경을 그리기도 하였다. 매년 자동차 종합보험을 갱신하면 최신 지도책을 선물로 주었다. 그것만 있으면 왠지 모르게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리 오래전 이야기는 아니다. 한 세대 전이면 오래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엊그제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오래 전이 아니라는 뜻이리라. 뭔 소리!

우리 사는 인생에 대한 지도가 있다면 지금을 힘들어하거나 방황하지 않을 것이다. 삶에 대한 업그레이드된 지도가 우리의 인생을 인도해 주고 우리는 그곳을 향하여 정해진 길을 따라 운전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대한 동경이 인생지도에 펼쳐지고 있다. 그곳을 빨간색으로 색칠하고 우리는 목표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그곳으로 가는 길을 따라 손가락으로 따라 가다 보면 금새 도착을 한다. 하지만 가는길은 처음에는 하나였지만 가다보면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그 순간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걱정은 없다. 인생지도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모두 다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빠른 길로 곧장 갈지,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경유해서 갈지 선택만 하면 된다.

현대문명이 발달하기 시작하고부터 인간의 뇌도 그 쓰임새가 퇴화되고 있는 듯하다. 해마다 명절이나 행사 때 다녀오던 고향 가는 길을 기억하고 있다. 어느 지역을  경유해서 어느 고속도로를 타고 몇 시쯤에 선착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틀림이 없었다. 혹여 개발이라도 되어 길이 없어지거나 다른 방향으로 바뀌기라도 하면 그 즉시 나의 뇌는 기억을 수정해 보관한다. 변화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한 촉각의 안테나를 높이 세우곤 하였다. 낮선곳이라도 가는 경우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며칠전 부터 지도책을 보면서 학습을 한다. 예상경로를 그리면서 보고 또 보면서 머리속에 저장한다. 그렇게 그려진 지도는 실제와는 다를 수 있지만 학습하고 가상으로 다녀본 길이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길이 아니네!  '한 블록 전에 우회전했어야 했네! 를 되뇌이며 그렇게 길가에 세워진 채 비상등만 깜빡이고 있다.

한때는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손바닥 보다 작은 수첩이 필수적인 시절이 있었다. 빼곡히 적은 전화번호가 그 사람의 인간관계도 라도 되듯이 일부러 다른 사람이 보이도록 침을 묻혀가며 이름을 찾기도 하였다. 직장의 조직원들의 전화번호나 모임의 회원명단 등은 코팅을 해서 나누어 주는 것이 조직의 총무과나 모임의 회장의 임무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그때의 우리 뇌는 수많은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있었다. 많이 기억할수록 삶의 지위가 높아지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였다. 혹시 기억장치에 부화가 걸리기라도 한다면 안되기에 그 대안으로 미니 수첩에 기록하여 가지고 다녔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해맞이 행사보다 먼저 하는 것이 새로운 수첩에 전화번호부를 옮기는 행사다. 삭제하거나 추가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관계도 정리한다. 두꺼운 전화번호부에서 우리집 전화번호를 찾아보는 것은 또 하나의 기억수집이었다.

지도책과 미니수첩을 준비해야 한다. 감성을 느끼고자 함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잡고자 함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세상은 급변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허우적 거리기만하지 어느방향으로 가야할지 모르고 있다. 네비게이션이 일러주는 곳으로 가고 있지만 매번 같은길을 일러주지 않는다. 우리앞길에 펼쳐진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우회도로를 일러주거나 정체되고 있음을 색깔로 알려준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일러주는데로 흘러가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학습하고 기록하며 대안을 준비하는 삶이 필요하다. 세상은 완벽하지만 나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완벽해지려고 하는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함이다. 동경의 장소에 빨간색을 칠했지만 가는길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지도책을 펼치고 전화번호를 찾아서 학습하고 묻고 물어서 그 곳까지 가야한다. 대안은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사용되어야 한다.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도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적인 문제해결의 다양성을 제공하여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지도책이고 전화번호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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