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
여정의 끝은 어디인가? 본문
끝이라는 말은 더 이상의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의 단어이다. 힘듦의 과정을 기어코 빠져나와 이제는 안정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끝났다고 생각이 들면 자신의 마음을 무한정 내려놓는 경우가 있다. 마음 졸이며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을 집중하고 그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어 쉼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맞이하게 되는 끝은 너무나 달콤함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우리가 자기 계발을 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키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끝이라는 순간을 맞이하고자 함일것이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미래를 걱정하면서 오늘도 불안함 속에서 끄트머리를 찾아 꼬인 실타래를 풀고 있다.
우리가 사는동안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먼저 발생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미루거나 늦추는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고한다. 끝이 주는 의미는 편안함이나 안정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이다. 진정으로 끝나기를 바란다는 것은 삶이 멈추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하여 우리는 끝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끝이라는 단어를 찾아가는 숨바꼭질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셀수도 있겠지만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무엇을 위한다기보다는 스스로를 붙잡아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런 날들이 쌓여가고 이제는 해야만 하는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것 같다. 언제 끝낼지 모르지만 아직은 끝이라는 단어를 챙기고 싶지는 않다. 글쓰기의 멈춤이 끝이 아닐 것이다. 글쓰기가 책 쓰기로 다시 시작을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힘들어하는 상황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이것이 끝난다면 그다음을 어떤 힘듦이 그 자리에 들어설지 모른다. 그런 이유로 성현들이나 현자들은 고통의 순간을 즐기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의 고통을 끝낸다고 하여 영원히 사라지지 않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하여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순간을 즐기면서 다스림으로 끝내지 않거나 그 시기를 늦추면서 다음의 힘듦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해냈구나!의 성취감을 주는 끝이지만 멈추지 말고 다음을 시작하라는 질타의 끝이기도 한다. 삶의 부속품에는 완성이나 종료나 결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의 끝은 곧 죽음이다. 생명이 멈추는 순간이 우리가 맛보는 끝인 것이다.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과정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쉽고 편안한 과정에서 보다 힘들고 버거운 과정 속에서 우리의 능력을 쏟아내야한다. 끝내기 위한 힘이 아니라 끝이 없는 인생의 과정을 이어가기 위한 힘을 내야 한다. 순간순간을 선택하고 단계별 과정을 넘어오면서 우리는 끝이라는 성취의 경험을 많이 모았다. 하지만 그 끝이 새로운 시작의 재료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모아온 에너지를 사용한 것이다.
오늘도 한걸음 걸었고 한 단계를 넘어서고 있을 것이다. 끝이 보이는 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우리는 거기서 멈추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끝이라는 경험을 지불해야 하기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세워야 한다. 자기 관리를 지속하고 세상에 내가 살아있음을 외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사고의 샘은 아무리 퍼내어도 마르지가 않는다.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고 내면적 성장을 이루었으면서도 우리는 잊고 있었다. 외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많은 생각들을 꺼내보려 하지 않았다. 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이라는 배를 타고 티스토리를 항해한 지도 벌써 두 해가 되어간다.
중년의 나이에 이르도록 나는 태평양보다도 넓은 인생의 바다를 건너왔다. 하지만 우리는 끝이 없었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도 없었다. 사고의 냇물은 흘러 흘러 바다로 가는데 우리는 그 생각들을 그저 흘려 보내기만 했던 것이다. 흘러가는 생각들을 글쓰기라는 그물로 잡아 책이라는 수조에 담아두었다. 흐르지 않아서 이끼가 자랄지도 모르지만 생각의 호스를 수조의 깊숙이 드리우고 새로움을 주입해야 한다. 거품이 부글거리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물방울이 튀는 것은 우리의 사고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다. 창조적인 생각이 수조를 뛰어넘어 넓은 바다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제 또 한번의 끝을 맺으려 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성취의 경험이 있기에 당당하게 맺음을 하려 한다. 그렇게 넓은 놀이터에서 나는 혼자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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