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의 희망여행
눈내리는날 본문
하루 하루를 살아가지만 한달을 살아가고 일년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 시점에나 되어서야 느끼는 것 같다. 올 한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하루 하루를 살아내느라 오늘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에 서있는 모습이 야속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지난날 새로운 달력이 나오면 가장 먼저 생일부터 찾아보고 빨간날짜의 숫자를 헤아리며 내년을 설계하곤 하였다. 하지만 다가올 날짜에 표식을 해두고 그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설레임은 언제부터인가 잊혀진 감정이 되어버렸다. 감정이 메마른 것이 아니라 여유를 채워넣을 마음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추억이라는 이름을 빌려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려 하지만 현실의 유리온실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겨울의 한가운데 있지만 매서운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겨울날씨 답지않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겨울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는 한해가 기울어 가고 있음을 이야기 해주고 왠지 모를 쓸쓸함의 감성에 젖어보게 한다. 눈이라도 온다면 그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그렇게 마음속의 감성을 느끼며 미래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오늘 맞이하는 눈보라는 받아들여야 하는 당연함인 것이다. 바람은 불었지만 눈발이 날릴것 같지는 않아서 고속도로에 올랐다. 조금씩 흩날리던 눈발이 이내 거센 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고속도로에 휘몰아치고 있다. 그 속을 달리고 있는 시선은 긴장감과 함께 푸념섞인 불만이 터져나온다.
올해 들어서 두번째 보는 눈인것 같다. 하지만 첫 눈이 올때는 벌써 한해가 가고 있음을 한탄했고 지금은 길이 미끄러울까봐 걱정만 하고 있다. 그동안 눈에 대한 감정은 순수하고 깨끗하게 받아들였던 존재였다. 눈이 쌓이는 광경을 보면 세상의 평온함을 느끼며 시인이라도 되어보고 싶을 정도로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존재였다. 그런 눈이 이제는 현실을 살아가는데 방해물이라 치부하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에서 잃어버린 감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를 묻고있다.
그동안의 눈이 우리에게 주었던 감동을 다시 한번 받아볼 수 있는 수양이 필요하다. 새하얀 눈이 내리는 풍경은 그 자체로 순수하고 평화로움이다. 모든것을 하얗게 덮어버리는 광경에서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일상의 시끄러웠던 사건들을 잠재워 주기도 한다. 눈은 추억을 되살려 주기도 한다. 어린시절의 추억은 눈과 많이 결부되어 있다. 눈싸움, 눈사람 만들기, 첫눈과 첫사랑의 설렘 등 우리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되살아나게 해주는 것이 눈이다.
오늘도 현실이라는 세상속에서 세상을 씻어주는 눈을 보면서도 위로받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작지만 과거 동심의 감동을 눈에게서 느껴보자. 한해가 끝나가는 겨울에 볼수 있는 눈은 새로운 시작을 알려주는 존재이다. 지나온 과거의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리고 새로운 마당을 제공해 준다. 그 깨끗한 마당위에 새롭게 우리의 희망을 펼쳐보는 계획을 그리는 것이다. 눈은 그 자체로 순수와 평화이다. 눈을 보면서 마음을 정화시키고 추억과 회상의 필름을 돌리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지금껏 읽어가는 책페이지를 넘기기는 했지만 아직 밑줄을 긋고 요점 정리를 완성하지 못했다. 의미와 가치를 찾기위한 요약노트를 만들때이다. 기말고사가 내일인데 아직도 밑줄만 친다면 정답을 찾아내기 힘들다. 하여 오늘 나에게 찾아온 눈은 나의 앞날을 응원해 주러 온것임을 알고 소복히 쌓이기를 기도하는 밤을 보내려 한다. 하얗게 눈덮인 내일이 세상을 기대하면서...
https://bookk.co.kr/bookStore/6736e3b1e0569d1a4f60f9ea